평준화될 수 없는 사람들 평준화될 수 없는 사람들 막 떠나려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나를 위해 마련된 듯한 자리 하나 있어 털썩 앉고 맞은편을 바라보았다. 어디론가의 목적지를 향해 말없이 앉아 있는 사람들. 왼편부터 하나하나 감상하기 시작했다. 꾸벅꾸벅 조는 아저씨는 몹시 피곤했나 보다. 잠시 후면 머리가 오른편 .. 수필 2006.06.16
쿨(cool) 쿨(Cool) 두 달간의 여름방학을 맞아 일시 귀국한 아이 입에선 ‘쿨’이라는 용어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출국장에서 끈덕지게 따라붙는 내게 한번 더 ‘엄마, 쿨’ 하고 떠났다. 처음엔 그 애가 3년간의 외국물을 먹어서인가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귀에 익고서야 문자와 언어소통이 있는 곳에선 이.. 수필 2006.06.16
공짜와 미끼 공짜와 미끼 모처럼 집안을 청소하는데 확성기 소리가 들려왔다. “자, 모든 주민여러분께서는 하던 일을 멈추시고 봉고차 앞으로 나오십시오. 농협에서 여러분들에게 신토불이 정신을 심어주고자 꿀 한 병씩을 선물하겠습니다. 딱 10분간만 머물 테니 어서어서 나오십시오.” 청소기를 발로 눌러 끄.. 수필 2006.06.16
미우라아야꼬의 가난 미우라 아야꼬의 가난 ‘미우라 아야꼬’의 에세이 중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어느 날 저녁 남편과 나는 누가 더 가난하게 자랐는지 자랑하기 시합을 벌였다. “난 국민학교 4학년 때부터 우유배달을 했어요. 오빠들은 신문배달을 했구요. 수학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어요.” “그래도 아야꼬는.. 수필 2006.06.16
오늘의 선물 오늘의 선물 1. 서울시 양천구 목동복지관 2층. 문맹으로 내게서 한글과 산수를 배우는 노인대학 학생인 어머니들과의 수업시간이다. “자, 이제 다른 것 집어넣으시고 받아쓰기 준비하세요.” 부스럭거리는 소리, 공책 넘기는 소리, 연필 꺼내느라 양철필통 여는 소리. 일 번, 이 번 불러가면서 교실은.. 수필 2006.06.15
실패지교 실패지교(失敗之交) ‘함께 있을 때 우린 아무것도 두려운 것이 없었다.’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친구’의 포스터에 적힌 문구다. 폭력이 미화되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었지만 우리 삶에 친구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친구 사이의 우정에 대한 이야.. 수필 2006.06.15
이 가을을 천천히 이 가을을 천천히 ‘가는 년(年) 아쉽고 오는 년(年) 반갑네’ 한 해를 보내며 스님들 사이에 오갔다는 신년 인사의 글귀다. 연하장 콘테스트에서 대상으로 뽑히며 수많은 패러디를 낳다가 ‘이 년(年)이 가면 새 년(年)이 오네’ 업그레이드 버전까지 나왔다고 해서 웃은 적이 있다. 가벼운 듯하나 해.. 수필 2006.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