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아침햇살로만 2010. 12. 21. 21:54

                 꽃

                     

                               - 이육사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 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北)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約束)이여.

 

한 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성(城)에는

 

나비처럼 취(醉)하는 회상(回想)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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