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별헤는 밤

아침햇살로만 2010. 12. 21. 21:47

 

 

윤동주 /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듯 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는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애송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절정  (0) 2010.12.21
  (0) 2010.12.21
십자가  (0) 2010.12.21
서시  (0) 2010.12.21
목계장터  (0) 2010.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