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닥불/ 백석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랑잎도
머리카락도 헝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 짗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門長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 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쌍하게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 시집 『사슴』 1936년
'애송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잔디에게 덜 미안한 날 (0) | 2017.06.03 |
---|---|
꽃 피는 시절 (0) | 2017.06.03 |
[스크랩] 김세원(시낭송) - 미안하다(정호승詩) (0) | 2014.01.15 |
sea fever (0) | 2010.12.28 |
전라도 가시내 (0) | 2010.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