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대하여
이번에는 한 목수가 앞으로 나오면서 말했습니다.
저희에게 집에 대해서 말씀해 주소서.
그러자 예언자는 대답했습니다.
집을 생각할 때면 그대들은
항상 마을 한 모퉁이에 서 있는
나무와 돌로 된 집만을 생각한다.
진실로 집을 이해하고 싶거든
넓은 평원에
그 벌판을 다 뒤덮을 만한
커다란 정자 하나를 상상으로 지어 보라.
그러면 해질 녘에 지친 몸을 쉬기 위하여
집으로 돌아오듯이
집에 대한 잘못된 생각 때문에 방황하는
그대들의 마음도 안식처를 찾게 되리라.
집이란 사방을 둘러싸는 물체라기보다는
바로 몸을 감싸고 있는 공간이며
몸이 움직이면 같이 움직이는 것이다.
우리의 몸은 태양이 떠오르면 일어나고
밤의 고요가 찾아오면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몸은 꿈을 꾼다.
집도 꿈을 꾼다.
집도 꿈속에서 우리의 육체와 함께
들로 산으로 자유롭게 걸어 다닌다.
씨 뿌리는 농부처럼 그대들의 집을
씨앗을 움켜쥐듯이 손에 움켜쥐고
산과 들에 마음대로 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계곡은 큰 길이 되고
초원을 가로지르는 도로는 골목이 되어
울창한 숲과 포도나무 사이에서
이웃을 만날 수 있게 된다면
그리고 그대들의 옷섶 사이사이에
싱그러운 대지의 향기를 가득 품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런 일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뿐이다.
그대들의 조상들은 두려움 때문에 집을 지어
그대들을 집안에 붙어 있게 했으며
벽과 문을 만들어 이웃과 멀어지게 했고
성벽을 만들어 들판의 숨결을 가로막고 말았다.
올펠레증의 사람들이여
말해 보라.
그대들은 집 속에 무엇을 넣어 두고 있는가?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그대들이 지키려고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과연 그 집 속에
생명의 활기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며
그때에 얻을 수 있는 참된 기쁨이 있는가?
이웃들과 마음과 마음을 이어 주는
진정한 마음의 통로가 있는가?
그 안에는 나무나 돌로 된 집을 벗어나서
마음이 산과 들을 마음대로 걸어 다닐 때에 갖게 되는
자유와 아름다움이 있는가?
말해 보라.
그대들의 집 안에 이러한 것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니면 그대들의 집 안에는 안락만을 추구하는
욕심만이 있는 것은 아닌가?
편하려는 욕망만을 가질 때에 그대들은
처음에는 그 집에 낯선 손님으로 들어오고
차차 모든 것을 돌보는 주인이 되었다가
결국에는 소유하고 누리려고만 하는 폭군이 되고 만다.
그렇다.
편해지려는 욕망은 회초리와 매로
그대들을 다스리어
이내 더 큰 욕망의 꼭두가시로 만들고 만다.
욕망의 손길은 비단결처럼 부드러울지 모르나
욕망의 가슴은 무쇠처럼 냉정하고 차가웁다.
편하게 살려는 욕망은
피곤에 지친 그대들이 몸을 쉬려고 할 때에는
침대 옆에 서서 부드러운 자장가를 불러 준다.
그러나 자리에서 일어나 열심히 일하려는
그대들의 영혼을 만류하며
깨지기 쉬운 그릇을 조심스럽게 보관하듯이
그대들을 풀 숲 위에 가만히 누워 있게 한다.
편해지려는 그 욕망이
바로 영혼의 열정을 죽이며
영혼의 장례식장으로 걸어 들어오면서
그대들을 멸시하듯 비웃는다.
대지의 아들들이여!
일하지 않고 편히 지낼 때에
평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때에
진정한 안식이 있음을 명심하라.
그러므로 편안해지려는
욕망의 덫에 걸려들어서도 안 되며
그런 욕망에 길들여져서도 안 된다.
집은 풍랑이나 피하는 닻이 아니라
새로운 항해의 출발을 준비하는 돛인 것이다.
집은 아픈 상처를 덮어 두는 안대가 아니라
더 잘 볼 수 있도록 눈을 보호해 주는 눈꺼풀이다.
집이 그대들에게
문 안으로 들어설 때에 다칠까봐 날개를 접게 하고
천정에 부딪칠까봐 고개를 숙이고 있게 하고
무너져 내릴까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게 하는
그런 곳이 되어서는 안된다.
집은 죽은 자들이 사는 무덤이 아니다.
아무리 크고 화려하다 해도
단지 비밀스런 은신처나 될 뿐
진정한 자아를 펼치지 못하게 하는 곳이라면
그 집이 그대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무한한 삶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그대들의 영혼은
하늘을 지붕 삼는 대자연의 집에서만
진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으리라.
아침에는
온 산 가득히 피어오르는 안개가 울타리가 되고
밤에는
대자연의 노랫소리와 고요가 창문이 되는
바로 그러한 집에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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