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IE 수업
'머니'를 외치는 꼬마잉어들
‘꼬마 잉어’는 쉼없이 자맥질을 한다. 한 닢을 구걸하러…
16~18세기 노예무역 중심지’ 세네갈에 어린이재단 매달 ‘2만원의 희망 심기’
12일 세네갈 고레 섬(Gor´ee Island)으로 가는 길은 ‘검은 잉어’들로 북적였다. 유람선이 섬에 200m 정도로 근접하자 검은 물고기 같은 물체들이 바다를 하얗게 가르며 일제히 몰려들더니 순식간에 유람선을 에워쌌다. 물 위로 얼굴을 내민 건 흑인 소년들이었다.
100여 명의 ‘인간 잉어’는 관광객을 향해 “머니!”라고 외쳤다. 배 위에서 동전이 한 닢 떨어질 때마다 수십 명이 물속을 파고들었다. 모이를 향해 달려드는 고기 떼의 형상이었다.
고레 섬은 소년들의 조상이 노예로 팔려가던 곳. 아메리카 대륙과 가까워 16∼18세기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다. 노예감옥 등 당시 상처가 보존된 이 섬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면서 관광명소가 됐다.
섬 소년들은 운 좋게 한 닢을 낚으면 입에 넣고 다시 동전 사냥에 나선다. 배가 하루 두세 번 오가기 때문에 종일 해도 50∼100CFA프랑(약 150∼300원)짜리 동전을 몇 개 잡는 게 고작이다.
배가 섬에 도착한 뒤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는 관광객 사이로 큰 소년이 작은 소년의 머리를 연거푸 물속에 밀어 넣었다. 고라(12)와 와드(9) 형제였다. “장난이냐, 고문이냐”고 묻자 고라는 “훈련”이라고 했다. “둘이 열심히 해야 하루에 1달러를 채울 수 있다”고 했다.
고라는 나이 차가 14세인 미혼모 어머니와 살면서 생업의 짐을 함께 졌다. 그는 아직 학교에 가본 적이 없다.
고라와 동갑인 모사는 처지가 한결 낫다. 모사는 세네갈 디우르벨에서 초등학교에 다닌다. 다만 교실 밖에서 수업을 듣는다. 창문 밖에 의자를 놓고 그 위에서 창틈으로 칠판을 본다. 모사는 간질 환자다. 세네갈에서 간질은 주변 사람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전염병으로 통한다. 교실에서 쫓겨났지만 모사는 창틀을 책상 삼아 꿋꿋이 공부한다.
10일 수업에 열중하던 모사가 필기를 하다 노트에 끼워진 사진 한 장을 떨어뜨렸다. 사진 속 주인공은 한국에 사는 동갑내기 김지은 양. 6년 전 어린이재단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 김 양이 없었다면 모사는 학교에 다닐 수 없었다. 모사의 부모는 땅콩을 튀겨 팔며 하루 2, 3달러를 번다. 학교에 다니려면 등록비 12달러에 학용품과 책값으로 한 해 30∼40달러가 들어간다. 병원까지 다니려면 400달러가 든다. 5남매를 키우는 모사의 부모에게 학교와 병원은 언감생심이었다.
김 양이 보내는 매달 2만 원의 후원금이 모사를 절망에서 건져냈다. 김 양도 아버지가 일할 수 없는 장애인이라 넉넉하진 않지만 용돈을 아껴 돈을 부친다. 15달러 남짓한 그 돈으로 모사는 학비를 내고 약을 샀다. 어렵게 학교 문턱을 넘고도 간질 때문에 교실 문턱은 넘지 못했지만 모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달 치른 중학교 입학시험에서 상위 3%의 성적을 받기도 했다. 모사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한국 돈 2만 원이 만든 꿈이다.
이날 낮 기온은 43.5도까지 올라갔다. 학교 근처 가게에서 500mL짜리 생수를 사니 가격이 300CFA프랑(약 900원)이다. 모사네 가족 하루 수입의 3분의 1이다. 세네갈 인구 5명 중 1명은 1달러 미만으로 하루를 산다. 여기에 실업률은 48%나 된다.
어린이재단 서아프리카 담당 우스만 씨는 “세네갈은 아프리카로 마약을 공급하는 교두보인데 수도 다카르로 상경한 청소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마약중개상이 되는 사례가 많다”며 “그중 상당수는 학비를 마련하려고 위험을 무릅쓴다”고 말했다.
모사의 학교에서 나오는 길, 수십 명의 아이가 기자의 팔을 잡고 늘어졌다. “잔돈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아이들은 멈추지 않았다. 보다 못한 교사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돈이 아니라 펜을 달라네요.
”▼ ‘고사리손 기부’ 3년새 5배이상 늘어 ▼
성인들이 아프리카 어린이들과 일대일 결연을 맺어 도와주던 국제 후원이 청소년 간의 ‘고사리손 기부’로 바뀌고 있다. 혼자 자란 아이들이 또래들과 형제나 남매 관계를 맺은 뒤 용돈을 아껴 돈을 보내주고 편지도 주고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세네갈의 한 미혼모(14)는 이혜진 양(13)이 매달 2만 원씩 1년째 도와준 덕분에 아이를 키우기 위해 40대 남성과 결혼할 뻔했던 위기를 모면했다. 유럽 프로축구 선수를 꿈꾸는 에티오피아의 코르사(11)는 김유정 양(11)의 후원으로 구걸 대신 학교에서 훈련을 받게 됐다.
<기사 분석하기>
1. 고레섬의 소년을 표현하고 있는 어휘를 모두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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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유람선 도착에 맞춰 흑인소년들은 왜 잉어같이 달려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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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모사는 초등학교에서 어떤 모습으로 수업을 듣는지 써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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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간질병에 걸린 모사가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된 배경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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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모사에게 돈을 부치는 한국의 김 양은 어떤 처지에 놓여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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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00mL짜리 생수의 가격이 300CFA프랑(약 900원)이라고 합니다. 본문에서 살펴볼 때 모사네 가족 하루 수입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얼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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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모사의 학교 친구들이 기자의 팔을 잡고 늘어진 이유가 돈이 아니라 펜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왜 펜을 갖고 싶어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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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고사리손 기부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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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어린이재단의 조사표에서 올해는 2006년에 비해 몇 배 증가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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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기사문의 특징인 6하원칙(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에 맞춰 요약정리하고 내가 기자가 되어 제목을 다시 붙여 봅시다(노트에).
[소설가 공지영씨 ‘세네갈 경험’ 특별기고]
신을 원망하며 살던 내가 물었다
그 많은 혜택 왜 내게만 주셨나요
(10일 세네갈 디우르벨을 찾은 소설가 공지영 씨가 어린이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어린이재단)
세네갈은 아프리카에서 최빈국은 아니다. ‘끝에서 열 번째라니 당장 기근이 들어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는 곳에 비하면 그래도 살 만한 곳일 것이다’라고 방심한 것이 잘못이었다.
지난해 최빈국 1위 에티오피아와 우간다를 다녀온 후 더 이상의 충격은 없을 거라는 생각도 오만이었다.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서 4시간여를 달려 들어간 내륙지방 디우르벨에 다다랐을 때 나는 비로소 이 검은 대륙이 내 알량한 양심과 신앙이 시험받는 땅임을 깨달았다.
그것은 단지 농작물이 자라야 할 곳에 펼쳐진 쓰레기 더미들, 우기의 끝 무렵인데도 눈을 흐리게 만드는 먼지들(건기에는 거의 숨을 쉴 수가 없을 지경이라고 한다), 황사 먼지 속에서 아침이면 일어나 동냥그릇을 들고 몰려나오던 조그만 소년들, 그들의 찢어진 옷과 더러운 맨발, 숙소에서 자주 나가던 전기, 식탁 위를 과감히 활보하던 아기 손바닥만 한 바퀴벌레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난번 에티오피아 방문 때 그래도 이 빵을 먹고 나면 이들의 삶이 조금 나아질 것이라고 믿었던 내 오만함에 대한 자책 때문이었다. 하루에 1달러를 가지고 11명의 식구가 먹고사는, 그러니까 적어도 굶어서 죽지는 않는 그들의 눈에도 에티오피아의 난민이 가졌던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초점 잃은 눈동자였다.
겨우 죽지 않을 만큼의 빵을 먹고 하루를 사는 그들에게 내일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열세 살에 아이를 낳다가 척추를 다치고 귀가 먼 열일곱 살의 미혼모는 ‘꿈이 있어요?’라는 내 질문에 젓가락만 한 팔다리를 숨기며 “양고기를 한번 먹어 보고 싶어요. 일어나 걷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때 그녀를 만난 지 한 시간여 만에 처음으로 미소가 어리는 것도 보았다. 그 미혼모가 그토록 어여쁘지 않았다면 내 가슴이 좀 덜 아팠을까? 수백만의 미혼모들이 이런 식으로 절망에 빠져 있는 이 나라, 그러나 그녀의 막내 동생 카딘은 내가 꺼내든 볼펜을 감히 만져 볼 생각도 못하며 말했다. “학교에 다니고 싶어요.”
작은 푼돈과 보잘것없는 선의가 거대한 가난과 착취와 모순을 이길 수 있을지 나는 가끔 절망에 빠진다. 더위와 악취가 해일처럼 우리를 덮칠 때 무언가를 건설하는 일은 희망처럼 더디고 작다. 그럴 때면 마더 테레사의 말을 떠올린다. ‘우리가 하는 일은 거대한 대양에 물 한 방울을 보태는 일처럼 보잘것없지만, 그 한 방울이 없다면 바다도 없다’는 그 말.
나는 그저 커피 값을 아낀 2만 원으로 그 아이들의 학비를 대주고 연필을 사줄 수 있을 뿐이다. 모기장을 사줄 수 있고 수도관 30cm를 연장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학교에 가면 무언가 다른 내일이 우리를 기다린다는, 어쩌면 결정적인 희망의 빛을 줄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말이다.
오늘도 우간다와 에티오피아 혹은 시에라리온을 도우러 또 다른 팀이 떠났다. 그들이 돌아오면 또 다른 팀이 떠날 것이다. 그러면 하나의 수도, 하나의 학교, 하나의 화장실이 세워질 것이다. 오늘은 한 아이가, 내일은 그 이웃집 아이가 비로소 학교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나와 내 친구와 내 친구의 친구가 조금만 마음을 열면 그 옆집 아이도 학교에 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희망이 없다면, 나의 아프리카 방문은 아무 의미도 없을 것이다.
< 2009년 10월 21일자 동아일보 >
<기사 분석하기>
1. 다음 아프리카 지도에서 세네갈, 우간다, 에티오피아의 위치를 찾아봅시다.
2. 우리나라 돈 2만 원이면 아프리카 친구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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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성경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이웃 또는 지극히 작은 자에 대해 어떻게 하라고 하셨는지요? 생각나는 구절이 있으면 말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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