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물속 반딧불이 정원

아침햇살로만 2010. 12. 23. 23:54

 

                      물속 반딧불이 정원

                                                  - 정지원 

사람들 속에 있어도 돌아누워 홀로 수척해지는

가을산처럼 가을산처럼

적막함이 목구멍까지 밀려오는 그런 날이면

당신도 따뜻했던 기억들을 꺼내들고

천천히 내 이름 천천히 내 이름 천천히 내 이름 부르겠지요

무명실 같은 달빛마저 떠나간 저문 강가에서

차르륵 차르륵 풀벌레로 울다

당신 생각에 더듬이가 부러져

그만 물속으로 들어가 버린 내 - 마음이

빛이닿은 물의 눈동자처럼 당신 속에 퍼질 때

새삼 타는 듯 그리워지겠지요

당신이 조금만 조금만 더 무심했더라면

짓이겨진 날개를 들키지 않았을 것을

서럽게 파닥이는 여린 빛들이 모두 사라지면

당신 얼굴을 아주 잊게 될까봐

온 몸에 불을 달고 검푸른 물풀새를 물풀새를 떠돌며

물 속 반딧불이 정원에

반딧불이 정원에 반딧불이 정원에

물 속 반딧불이 정원에 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