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겨울 섬진강

아침햇살로만 2010. 12. 22. 19:22

                  겨울 섬진강

 

 

                                              -김용택

 

산 사이

작은 들과 작은 강과 마을이

겨울 달빛 속에 그만그만하게 가만히 있는 곳

사람들이 그렇게 거기 오래오래

논과 밭과 함께 가난하게 삽니다.

 

겨울 논길을 지나며

맑은 피로 가만히 숨 멈추고 얼어 있는

시린 보릿잎에 얼굴을 대보면

따뜻한 피만이 얼 수 있고

 따뜻한 가슴만이 진정 녹을 수 있음을

 이 겨울에 믿습니다.

 

달빛 산빛을 머금으며

서리 낀 풀잎들을 스치며 강물에 이르면

잔물결 그대로 반짝이며 가만가만 어는

살땅김의 잔잔한 끌림과 이 아픔

땅을 향한 겨울풀들의

몸 다 뉘인 이 그리움

 

당신,

아, 맑은 피로 어는 겨울 달빛 속의 물풀

그 풀빛 같은 당신

당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