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십자가

아침햇살로만 2010. 12. 21. 21:50

        십자가

  

                          -윤동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尖塔)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